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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적 상황

by onsotong 2020. 4. 8.

수사학적 상황

본 장에서는 대중(對衆) 소통(public communication) 중 스피치, 브리핑, 프레젠테이션 등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통양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사람들 앞에서 하는 발표입니다. 학술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성격적 요인과 경험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특히 성격적 요인 중 발표를 위해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느끼는 불안감(communication apprehension: 발표 불안)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느냐가 좋은 발표를 위한 중요한 관건입니다. 또 소통의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통의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한 메시지의 생산이 필요합니다. 본 절에서는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주로 메시지의 특성과 연습의 효과를 다루겠습니다.

스피치 관련 수업에서 학생들이 행하는 수행이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입니다. 우선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요즘은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의 차이가 모호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김연아 선수부터 대통령까지 참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심사단 앞에서 화면을 띄우고 준비된 원고를 읽어가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스피치로 볼 수도 있지만 굳이 구분하면 프레젠테이션입니다. 또 고인이 됐지만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동영상도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대표적으로 두 개의 동영상이 뜨는데 먼저 신제품 발표할 때 청바지와 검정색 티셔츠 차림으로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있고,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연사로 초청받아 하는 스피치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원고 없이 발표한다는 점에 초점을 둔다면 프레젠테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두 가지 영역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목적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

또 이 같은 스피치를 전문화해서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문연사(professional speaker)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초청받아 전문적으로 연설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인데 전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처럼 유명한 사람들은 시간당 20만 달러 정도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미래 직업으로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대중(大衆) 연설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중이라는 말은 큰 무리, 즉 많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2인 이상이면 무리 을 쓸 수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로 바꿔 사람들을 대하다라는 의미로 변형시켜 보았습니다. 사실 public speaking을 대중연설, 공적인 연설이라고 표현하지만 적절한 단어가 아니기에 對衆처럼 비록 사전에는 없지만 한자 조합으로 그 의미를 분명히 해 볼 수 있습니다. , 대중연설이란 두 사람 이상의 무리를 대하고 하는 소통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대중 앞에서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서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어인 freedom of speech는 우리말로 하면 말하기의 자유이지만 헌법조항을 격식체로 가다듬는 과정에서 언론(言論)의 자유로 표현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흔히 언론의 자유하면 신문사나 방송사의 보도의 자유만을 생각하는 데 개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고 쓸 수 있는 자유가 우선입니다. 엄격히 구분하자면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은 나와 있지 않지만 표현의 수단이 되는 언론, 출판까지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헌법 제21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언론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말씀 과 논할 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영어로 다시 표현해 보면 speechdebate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언어를 통해 행해지는 소통양식 중에서 대표적인 소통방법인 스피치와 토론을 헌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포함되어 있는지가 현대적 의미의 헌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이제 헌법에서 말하는 언론은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 등을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 개념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중요한 헌법적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항상 헌법 제211항을 기억해두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4항도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 211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지만 같은 조 4항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즉 제21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설명하자면 표현의 자유가 무한한 자유라고 볼 수는 없고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기에 이를 의식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된다는 말입니다.

앞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와 같이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목적을 두고 살펴보겠습니다.

발표가 행해지는 총체적 상황을 잘 분석해서 효과적인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자 한다면 스피치가 행해지는 수사학적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수사학적 상황(rhetorical situations)을 학술적으로 소통모델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모델이란 사회과학적 현상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도표나 그림을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스피치가 이뤄지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요소가 있습니다. 신문기자의 기사쓰기 원칙인 육하원칙(六何原則)과 비슷합니다만 약간 다릅니다:

1) 누가(who), 2) 언제(when), 3) 어디서(where), 4) 어떤 계기로(on what occasion), 5) 무엇을(what message), 6) 어떤 매체로(in what medium), 7) 누구에게(to whom), 8) 어떤 효과를 노리고(with what effect), 9) 어떤 역사적 맥락 또는 어떤 상황에서(in what historical context or situation).

첫 번째 누가연설을 할 것인가 입니다. 두 번째는 언제이고 세 번째는 어디서입니다. 네 번째는 어떤 계기로입니다. 생일축하, 기념식장, 피로연 이런 상황이 모두 계기가 됩니다. 다섯 번째 무엇을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누가, 무엇을입니다. 많은 관련 교과서들이 무엇을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어떤 매체로에는 오프라인 무대에서의 육성, 마이크도 포함되며 이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까지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일곱 번째는 누구에게입니다. 흔히 소통 상황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인 무엇을에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만 이러한 메시지를 누구에게 전달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고려하지 않습니다. 청중의 속성을 파악하지 않으면 연설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덟 번째인 어떤 효과를 노리고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는 왜 스피치를 하는가라는 목적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분명한 소통의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앞서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상황과 분위기입니다. 마틴 루터 킹이나 케네디, 만델라 등의 인물들이 했던 연설을 보면 역사적 맥락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이 만들어 내기 힘든 역사적 흐름과 상황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다소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또 연설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분위기 파악에 뛰어납니다. 분위기 파악에 실패하면 말하는 것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효과를 얻기도 힘듭니다. 수사학적 분석요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누가(who): 언론학에서는 보도기사를 쓰는 기준으로 ‘5W 1H’를 제시합니다. 이 같은 요소들이 수사학적 상황분석에도 포함됩니다. 먼저 누가는 여러분이 됩니다. 특히 주제와 관련된 자신(연사)의 지식 정도, 평소 습관, 특히 발표 불안증의 정도까지 포함됩니다. 저자도 대학원생 시절 무대공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특별한 준비 없이 150명 정도 되는 학생들 앞에 섰었는데 앞이 캄캄해지면서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원고를 준비하고 실행 연습을 해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발표불안의 정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연사로서의 공신력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흔히 공신력은 전문성으로 드러나는데 전문성이 있어야 지식이나 메시지의 진실성이 담보됩니다. 연사의 공신력은 이러한 전문성과 신뢰성 및 역동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역동성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 활발한 손짓·몸짓(제스처)과 더불어 목소리의 다양성을 통해 발휘됩니다. 신뢰성은 인격적 측면을 말합니다. 정치 분야를 살펴보면 평소 지역사회에서 신뢰감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선거에 출마해서 갑자기 많은 공약을 제시하면 사람들한테 믿음을 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신뢰성은 연사의 인격적 측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또 주제에 대한 연사의 태도, 신념, 가치와 같은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누가에 대한 사전 점검입니다.

2) 언제(when): 여러분들은 발표 시 날짜와 시간대를 잘 헤아려 봐야합니다. 또한 자신의 순서 및 전/후 연사 등도 고려해보아야 하며, 자신의 순서 직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앞선 강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도 잘 파악해서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소 수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점심시간 이후 강연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청중이 피곤하거나 졸리면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체조, 질문 등을 통해 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3) 어디서(where): 강연 장소는 실외인지, 실내인지, 강연을 앉아서 혹은 서서 하는지 등도 파악해야 합니다. 연사의 역동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하기 보다는 서서 해야 합니다. 앉아서 강연을 하는 경우 이야기가 다소 처질 수 있고 제스처도 활발하지 못하므로 서서 했을 때보다 역동성이 떨어집니다.

4) 어떤 계기로(on what occasion):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과제 일환으로 발표를 합니다만 다양한 계기가 존재합니다. 설득적 연설, 정보전달을 위한 강연, 축사, 기념사, 법정진술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5) 무엇을(what message): ‘무엇을은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말합니다. 메시지하면 흔히 언어로만 전달된다고 생각하는데 비언어적 측면도 있습니다. 때로 비언어적 의미와 언어적 의미가 불일치할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배고프세요?’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하고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하면 그의 표정과 말투, 제스처 등을 보고 사실은 그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처럼 비언어적 메시지와 언어적 메시지가 불일치할 때 사람들은 지체 없이 비언어적 메시지에 더 무게를 둔다는 것입니다. 이를 스피치에 적용한다면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언어적 내용을 보다 잘 부각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6) 어떤 매체로(in what medium):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 부분을 말합니다. 마이크가 있는지 육성으로 하는지, 마이크를 사용한다면 유선인지 무선인지, 무선마이크인 경우에도 핀 마이크인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핀 마이크는 양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역동성과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잘 구사하는 연사에게 적절한 매체입니다. 이 외에도 파워포인트용 컴퓨터나 프로젝터,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원격조정기 등도 발표 시 중요한 매체입니다.

7) 누구에게(to whom): 학생들의 경우 청중은 대부분 동료들입니다. 청중으로서의 특징은 우선 같은 나이 또래, 비슷한 관심사 등 동질성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다를 수 있으며 자유분방한 친구도 있는 반면 보수적인 친구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잘 고려해야 합니다.

8) 어떤 효과를 노리고(with what effect): 연설의 목적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궁극적으로 스피치를 수행한 후 청중이 연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는가를 살피는 것입니다만 여기서는 결과보다는 목적을 말합니다. 연설의 목표로는 가치관의 변화, 인식의 변화, 행동의 변화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대학생과 같은 지적 청중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통과 스피치에서 수강생이 행하는 스피치의 목적은 설득 혹은 정보전달입니다. 또 이 책의 제 10장에 나오는 나를 파는 스피치는 일종의 설득 스피치로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현실에서 잘 준비해두면 중요한 계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졸업 후 입사면접에서도 준비된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면접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며 여타 다른 상황에서도 자신을 소개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9) 역사적 맥락과 분위기(in what historical context and situation): 훌륭한 연설은 역사적 맥락을 떠나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소 거시적인 느낌이 들지만 오늘, 이 시점에서의 대한민국, 그리고 인류가 처한 현실을 의식하며 연설을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거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 현상등도 역사적 맥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시적으로는 연사가 처한 연설 상황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이를 연설에 고려하는 것도 감각이 있는 연사의 특징입니다.

이상에서 대중스피치라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살펴보았으며 스피치가 행해지는 수사학적 상황의 분석요소로서 아홉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같은 요소 하나하나를 제대로 파악해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만 훌륭한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소통과 스피치>에서 발췌한 것으로 위 내용(전체 혹은 부분을)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과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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