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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by onsotong 2020. 4. 2.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스피치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말은 연설입니다. 연설은 격식을 강조하며 특정상황에 국한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연설이란 말 대신 스피치라는 영어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이란 말도 우리나라말로 굳이 바꾸자면 발표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지만 상당히 보편화 되어있는 영어 단어이기 때문에 향후 연설이나 발표라는 말 대신 스피치, 또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쓰겠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스피치라는 말 대신 public speaking이라는 말을 더 보편적으로 씁니다. 우리말로는 대중연설(공공화법이란 말도 있음)로 쓸 수 있지만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스피치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스피치는 서양, 특히 미국적 전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로마시대까지 갈 수 있지만 르네상스를 거쳐 19세기 이후로는 미국대학의 전통으로 고스란히 자리 잡았습니다. 반대로 동양의 전통을 간직한 우리나라 대학은 말보다는 글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과거에 화법이라는 강의가 있었지만 교양과목과 같은 보편적 교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이 소단위로 많이 만나고 함께 일하면서 구성원들의 생각과 목표를 공유하고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피치를 통해 사람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연설(public speech)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웅변이라는 형태의 스피치가 보편화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공웅변 등의 제한된 내용만 허용되어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왜곡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구축된 이념적 대결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허용되었던 반공웅변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과정에서 일반 대중을 설득하고, 수렴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스피치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미국대학에서 스피치는 교양 있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되게 하는 보편적 교육으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10년 전부터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조리 있고 교양 있게 말하는 능력이 강조되면서 비슷한 교과목을 보편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학교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구술성(orality)은 문자성(literacy)에 앞서며 문자에 구속되지 않는 소리, 그리고 말하기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이해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온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Ong, 1982/2009). 최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아카이브와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쓰기보다 말하기가 더 보편화된 소통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 약속을 할 때 계약서 등을 쓰고 도장을 찍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구두계약을 동영상으로 찍어 놓은 것으로 도장이나 계약서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이라는 문자만을 통해 지식을 생산해 내는 과정인 학위논문도 이제는 문자성에서 벗어나 구술성에 의존해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구술성에 눈을 떠야 합니다. 이제는 쓰기와 말하기가 혼재되어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 영역에 대한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구술성에 눈을 뜨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소통과 스피치>, 또는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과목을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술이나 음악, 영화 등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의 작품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는 것입니다. 청중, 독자, 혹은 관중들이 작가나 감독이 의미를 부여한 대상물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작가나 감독이 의도했던 그 의미를 다시 풀어내는 것이 소통의 과정입니다. 물론 동시에 일어나는 대화에서의 의미 공유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는 작품을 통한 소통도 중요한 소통입니다. 의미의 공유가 일어나면서 작품과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생기는 것입니다. 스피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에 행한 스피치를 들으면서 연사가 의도했던 의미를 공유하게 되면서 공감과 수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스피치의 경우는 비즈니스 느낌이 덜한, 설득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경우는 파워포인트와 같은 시각 보조자료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이면서 업무 지향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예컨대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 또는 광고의 경쟁 프레젠테이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청중 또는 관중이 제대로 해석, 해독해서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과정이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입니다.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 중의 하나가 목적지향적인(goal driven) 행동입니다. 어떠한 일을 성취 하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계획을 세운 후 정교한 수순에 의해 실행을 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도중에 목표의 변화가 필요하면 계획을 수정해서 실행해야 합니다.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도 대표적인 목적지향적 행동입니다.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다 보면 암기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문을 모두 외울 수는 없기 때문에 프롬프터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지만 일정 부분은 숙달될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순간에 조합을 해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중심생각, 소주제 등을 미리 암기를 해두었다가 조합을 해서 준비된 원고 없이 풀어냅니다. 바로 단어 중심으로 문장을 만들어 내서 말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소통 역량 중 하나입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를 생산해서 표현하는 것이 인코딩입니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의미를 공유하고 창조해내야 합니다. 구술성과 문자성을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보완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하게 됩니다.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하는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적인 대인관계, 결혼생활, 교육성취도를 갖게 됩니다. 특히 고액 연봉자들은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의 CEO들도 매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단기적으로 습득합니다.

소통능력만큼 단기간에 자신의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회사가 원하는 것을 철저히 계획을 세워 정교한 언어로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사람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소통과 스피치>에서 발췌한 것으로 위 내용(전체 혹은 부분을)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과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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