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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에 대한 단상

by 허박사 2020. 11. 27.

대학의 미래에 대한 단상

허경호(언론정보학과 교수)

십 수 년 전 대학 은사님이 은퇴하시면서 당신은 그래도 좋은 시절 교수직을 해온 것 같은데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을 더 대학교수로 재직해야하는 젊은 교수들이 걱정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당신이 재직하시던 때와 비교해서 더욱 체계화되고 엄격해진 연구실적평가, 학생들의 목소리가 훨씬 강해진 강의 평가, 늘어난 전공 관련 학회지 수로 알 수 있는 지식의 폭발적 증가, 그리고 동결되다시피 한 연봉 등을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보따리를 쌀 필자도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면 은사님이 걱정하시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로 걱정이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 진다. 자주 인용되듯이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2030년에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하는데 이같은 예측이 사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코로나 19로 인해 더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예측은 예측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이 맞다고 보면 정확하게 10년 남았다. 그래도 절반이란 말은 다른 절반은 살아남는다는 것이기에 다소 희망적이기 긴 하다. 하지만 과연 어떤 대학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다른 예측을 해보게 된다. 그간 산업이 원하는 특정 분야에서 훈련된 인력을 배출해내는 것을 1차적인 역할로 삼아온 대학이 해당 산업이 위축되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이같은 불편한 예측의 중심에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는 AI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자료들이 AI가 곧 다양한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를 보면 의료분야의 경우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폐암진단과 심장 초음파 분석 및 진단에서는 물론 독일, 영국 및 중국 등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를 압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학교 길 병원의 경우 암 환자가 국내 5대 병원보다도 자기병원의 인공지능 의사를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진이 거의 없고 불철주야 지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인공지능 의사를 보유한 병원이 많은 인간 의사들을 필요로 할 것 같지 않다. 아울러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는 2025년에는 의사 업무의 약 33%, 2030년에는 70%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수는 얼마나 될까?

법조분야로 눈을 돌려보자. <에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이 법률 업무를 맞는 리걸테크가 도입된 후 2018년 기준 약 1,400개가 넘는 법률회사가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변호사의 수입이 줄고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겨우 시작 단계라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 및 이스라엘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믿는 변호사들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인간 변호사가 참패한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는 판검사 업무의 약 35%2025년에, 60%2030년에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알파로 경진대회라는 변호사 대결에서 인공지능과 협업한 팀이 인간으로만 구성된 팀을 제치고 1위부터 3위까지를 모두 독차지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렇게 보면 향후 운 좋은 몇몇 변호사들도 인공지능을 보유한 대형 로펌에서 인공지능의 시중을 드는 역할에 만족해야할 지도 모른다. 물론 국내의 수많은 변호사들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으로 철저히 막겠지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지 않던가? 그렇다면 10후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의 인간 변호사가 필요할까? 이처럼 국내대학 중 고교 최고의 성적, 최고의 스펙이 아니면 입학하기 어렵다는 의대와 가장 비싸다는 등록금을 기꺼이 내고 다니고 싶어도 입학이 어려운 법학 전문대학원이 우선 타격을 입을 것으로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의대와 법학전문대학원에 이어 약대도 AI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에이트>에 따르면 2011년에 미국에서 인공지능 약사를 두고 개업한 약국의 경우 약 200만 건의 처방약을 조제하면서 단 한 건의 오조제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에는 약사 업무의 84.2%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는 자료도 소개하고 있다. AI 약사를 두고 전국에 약국 분점을 열어 고객이 제시한 처방을 AI가 읽고 로봇을 통해 조제를 한 다음 즉시 약을 수령해 가도록 하는 약국 영업방식이 보편화 되면 과연 얼마나 많은 개인 약사들이 개업을 해서 약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코 많은 사람이 약대를 지원할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한 분야만 더 예를 더 들겠다. 또 다른 선망의 직업이라고 볼 수 있는 교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교사의 경우는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 교수들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교사와 교수는 의 방향만 바꾸면 같은 말이 된. <에이트>는 호주, 핀란드, 뉴질랜드, 일본 및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유치원 및 초중고 등 다양한 수준에서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교사의 학습효과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교사가 학습효과가 높은 것은 물론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기에 인간 선생님보다 더 편하게 느끼고 더 친근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교사를 교수로 바꾸어도 크게 어색하지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 교수 업무의 약 60%2030년까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년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교수의 업무 중 60%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급여를 40%받게 된다는 것인지,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교수의 수가 현재의 40%줄어든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의사, 판검사, 약사, 교사, 등 졸업 후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와 자격증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위치까지 획득할 수 있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전문 직업분야가 위축된다는 것은 대학도 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진다. 학생 수 감소가 대학의 재정악화로 나타나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떤 대학들이 살아남을 것인가? 앞서는 비록 몇몇 분야에 대해서만 AI가 가져올 변화를 살펴봤지만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것이 어찌 AI 뿐인가? 다양한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 테크, 퀀텀 컴퓨팅 등 다양한 신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관련학과의 전문인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이같은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자신의 대학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여 대학이 나갈 방향을 정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짧게는 5, 길게는 10년 안에 일어날 일이라고 본다면 이를 대비하기에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물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을 한 참 벗어나는 일이다.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산업분야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대학의 존재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는 취업시장이 전례 없얼어붙은 상황에서 대학의 학위가 갖는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심화시켰음은 물론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캠퍼스의 교실에서 면대면으로 해왔던 수업방식이 과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수업방식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코로나 19 사태는 강의는 반드시 강의실에서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일시적이 아닌 평생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도 생긴 마당에 유학생이나 지방에 집이 있는 학생이 반드시 기숙사나 대학캠퍼스 근처의 원룸 같은 곳에 머물며 학교에 다녀야 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비대면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또 다른 강의 표준으로 삼는 것은 어떤가? 교수는 온라인 접속만 된다면 학교 연구실이든 자신의 서재에서든 아니면 강의주제와 관련이 있는 특정한 장소에서든 어디에서든 강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이동하면서 강의할 수도 있으며 학생 역시 온라인 접속만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수강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지난 학기는 이미 개발된 화상회의용 솔루션으로 수업을 진행했기에 커다란 불편은 없었지만 이제는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화상 강의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대로 개발해서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시켜 오프라인 강의가 따라 올 수 없는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 특히 필자가 지난 학기 경험한 비대면 온라인 실시간 강의의 장점을 꼽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 모든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하여 다시 업로드 할 수 있다(학생의 복습이 용이하다). 2) 수업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야기는 안 하게 된다(불필요한 설화를 막을 수 있다). 3) 수업에 일찍 들어갈 필요가 없다(준비가 다 되면 정시에 비디오와 오디오를 켜고 시작하면 된다) 4) 강의 내용을 준비하지 않으면 달리 시간을 때울 방법이 없기에 더 열심히 준비한다(1시간 15분이 결코 짧지 않다. 온라인 실시간에서는 시간이 잘 안 간다). 5)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물론 이같은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도 갖추어야 한다. 예컨대 토론수업을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3학점의 경우 첫 번째 수업(1시간 15)은 학생들이 미리 수강할 수 있도록 동영상 온라인 강의를 게시해 두고 온라인으로 수강토록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온라인상에서 공부한 내용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수강생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수강생 수가 그 이상이면 컴퓨터 화면 전체에 들어온 학생들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수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대학의 개념, 수업방식 및 대학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존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미래의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그간 대학은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드스킬, 예컨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특정한 과학적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을 주업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의 CEO들은 초연결, 융복합으로 특징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기술은 오히려 소프트 스킬, 즉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능력, 예컨대 창의력, 공감능력(감정이입), 인성(가치관 선택성향), 융복합능력, 협동심, 및 소통능력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하드스킬에 묻혀 이런 능력은 별도로 정식교육을 받는 경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측정방법도 거의 없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인 지식의 생산 역시 개인의 타고난 창의력보다는 남과의 협업을 통한 창의력 발휘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학교의 수업을 통해 남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남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고 다시 이것을 나누는 과정이 순환되면서 협력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미래의 대학 수업에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목표가 아니라 수업시간에 다루는 다양한 주제(문제 제시)와 상황에 대해 상상을 하고 이같은 상황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러한 상황이 초래할 다양한 결과를 예측해보고 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혹은 이를 처리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하면서 상대의 생각을 마중물 삼아 새로운 생각을 다시 제시하는 방식, 즉 협력적 창의력 신장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소프트 스킬을 관찰하고 측정하여 이러한 스킬을 함양하고 신장시키는 것이 1차적인 교육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제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대학만이 생존하는 절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인류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면 대학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진리 탐구를 위해서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이 될 수도 있는 소위 빅브라더 사회를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 교수님들의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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