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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소통 토론/⊙ 토론과 논증

Debate에서 Toron으로

by 솔토지빈 2020. 5. 10.

Debate에서 Toron으로

실제 토론의 형식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새로운 토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Debate라는 말은 14세기 말에는 싸우다’, ‘다투다(to quarrel, dispute)’, 혹은 찬반에 대해 숙고하다(discuss, deliberate upon the pros and cons)’ 등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앞선 21절에서 살펴봤듯이 debate는 프랑스어가 어원이며 13세기에는 ‘debattre’로 싸우다(to fight)는 의미로서, de는 아래로, 완전히(down, completely), bater는 치다, 때리다(to beat)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debate는 말로 싸운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우리나라에는 논쟁(論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도 다툴 쟁()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어에서 debate와 비슷하지만 그간 교육 현장에서는 논쟁이라는 말 대신 토론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습니다.

21절에서 설명했습니다만 토론이란 말을 파자(破字)해보면 ()는 말씀 ()과 마디 ()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대나무를 연상하면 뜻이 쉽게 다가옵니다. , 마디가 존재하며 한 마디는 끝임과 동시에 다음 마디로 연결 되듯 토론 역시 입론, 질의, 반박으로 이어지는 말마디의 연결입니다. 앞서 2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15세기 <세종실록>낙어토론이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음을 보면 토론이란 말은 결코 근대에 들어 생성된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토론이란 말에서 싸우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서양식(미국식) 토론인 debate의 교육적 목적은 논쟁을 통해 논제에 대해 깊이 알고 상호이해를 추구한다고 합니다만 그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미국의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도 과외활동으로 토론대회를 갖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토론대회는 대부분 승률로 성적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참가 학생들은 승패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공격적 언사, 언쟁전략과 말재주 또는 과장된 몸짓 등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에 더 신경을 씁니다. 이러한 면은 debate가 지향하는 원래의 교육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바꾸기 위해 아카데미식 토론에서는 debate에서 toron이라는 새로운 소통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세종대왕께서 실천한 토론은 승패와는 무관하게 소통과 상호이해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와 같은 소통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참여자의 인격과 도량이 넓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이론적 바탕은 포스와 포스(Foss & Foss, 2003)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정복(conquest)이나 승리를 지향하는 소통, 설득(혹은 전향, 개종) 소통(rhetoric)과는 다른, 상호이해를 추구하는 초대의 소통(invitational rhetoric)을 제안했습니다. 그들의 말을 토론에 적용하면 토론이란 곧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잔치에 초대하여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과정입니다.

토론은 제3자에 의해 토론자들의 수행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존의 debate에서는 승패가 중요하기 때문에 토론 내용에서 잘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보다는 결과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토론 평가 기준 역시 백인백색, 즉 심사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 심사자가 원하는 심사기준에 맞춰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표준화된 평가 기준의 부재로 인한 심사의 객관성 결여는 토론활동의 가치평가 절하로 이어지며 심지어 토론활동 무용론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몇 가지 토론의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고자 합니다. 앞서 33절에서 이미 제시했지만 여기서는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네 가지 토론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듣기 쉽게 말해야 합니다.

둘째, 이해하기 쉽게 말해야 합니다.

셋째,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승패를 기준으로 하는 토론에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해버리는 부분입니다.

넷째, 토론의 규칙을 잘 준수하여 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듣기 쉽게 말해야 합니다. , 토론은 글이 아닌 입말로 하는 소통이므로 몇 가지 구어의 특징을 살려서 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간단명료한 주장, 일목요연한 구성, 조리성, 적절한 반복, 구어체 사용, 정확한 발음, 잠시 멈추기, 적당한 속도 등을 말합니다.

둘째, 이해하기 쉽게 말해야 합니다. 언뜻 듣기 쉽게 말해야한다는 말과 같은 말 같습니다만 정확한 말을 사용해서 의미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어떤 개념의 정확한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며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지식을 내면화해서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장하는 바에 대한 적절한 근거를 자신도 잘 알지 못한 채 말하면 상대방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 알기 쉬운 단어, 쉬운 논증 등을 사용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지 않는 것, 즉 유리한 입장에 서기위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소통을 위한 토론이므로 구태여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불어 침묵해야 할 때 말을 하거나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행위도 소통원칙에 어긋납니다. 토론에서 중요한 부분임에도 승리를 지향하는 토론에서는 흔히 지켜지지 못하고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넷째, 토론 규칙을 잘 준수해서 순서를 지키고, 정해진 시간 내에서 이야기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즉 소통예절을 준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에 서로 동의한 규칙에 의해 토론하겠다고 약속한 후 진행되는 토론이기에 당연한 원칙입니다.

비록 debate가 서양에서 출발했다고는 합니다만 torondebate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토론 패러다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토론교육이 초중고교의 교육현장에서 적극 활용되어 청소년들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또한 토론은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가 실천하고 배워서 활용할 수 있는 선물입니다. 이제까지는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향후 더 많은 학생들이 토론활동에 참여해 토론을 배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다음 절에는 토론 개요서와 토론 입론서 작성 요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소통과 스피치>에서 발췌한 것으로 위 내용(전체 혹은 부분을)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과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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